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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혁기의 책상물림]아삭하고 쌉싸름한 두릅나물

행복한 0 5 04.19 13:53
며칠 차이로 연이어 각기 다른 분에게서 같은 선물을 받았다. 손수 따서 보내신 반가운 두릅나물. 살짝 데쳐서 한 입 베어 무니 아삭한 봄 내음이 입안 가득히 번진다. 저촌 심육의 마음이 이랬을까. 지인이 보낸 두릅나물 한 광주리를 받고 심육은 앓고 난 입안에 맑고 새로운 기운이 생겨난다면서 흥에 겨워 시를 지었다. 강변 살아 산이 아득히 멀기만 한데, 맛깔스러운 두릅나물이 밥상에 올라왔네. 헤어진 뒤에도 여전한 벗의 마음 느끼며, 보배 같은 산나물 맛에 파안대소한다오.
두릅나물을 먹는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중국의 산둥반도 지역뿐이라고 한다. 17세기 문헌에 이미 ‘둘훕’이라는 우리말 표기가 보이는데, 한자로는 목두채(木頭菜), 요두채(搖頭菜) 등으로 썼다. 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다가 바람 잦아든 뒤 혼자 움직인다고 해서 독활(獨活)이라고 부르는 땅두릅, 엄나무에서 나는 개두릅도 있지만, 보통 두릅이라고 하면 두릅나무 가지 끝에서 자라는 새순인 참두릅을 가리킨다.
낙하생 이학규가 두릅나물을 찬송하며 지은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맛 좋은 나물이 나무 끝(木頭)에서 솟아났네. 붉은 끄트머리 뾰족 내밀었고 푸른 가시마저 부드럽구나. 육포를 대신할 만한 산중의 진미로다. 딱딱하고 거칠어서 도무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나뭇가지 끄트머리에서 연하디연한 초록의 새순이 살포시 돋아나는 모습은,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겨내는 봄날의 기적이 그대로 담긴 풍경이다.
자연산 두릅나무에서 새순을 따는 일은 때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덜 자란 두릅은 먹을 게 없고 조금만 더 자라면 단단해져서 먹을 수 없다. 때맞춰 따야 그 식감과 풍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그 맛을 제대로 누린 입헌 한운성은 ‘두릅나물’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입안에서 아사삭 궁상의 곡조 절로 나네. 아하! 이제 남은 날엔 고기 맛을 잊겠구려라고 읊었다. 춘곤증과 무력감이 몰려오기 쉬운 계절, 우리 몸이 더 굳어버리기 전에 부드러운 두릅나물 한 입 베어 물 일이다. 쌉싸름함이 상쾌함으로 이어져 퍼지는 가운데, 봄날의 기적이 우리 마음에도 새 희망 한 조각 채워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사람을 알아본다는 일
원망을 넘어서는 힘
가짜뉴스의 홍수 속에서
지난해 고체연료 우주발사체에 실어 발사한 민간 위성이 우주를 돌면서 지구를 촬영한 사진이 18일 공개됐다.
한화시스템은 국내 최초의 지구 관측용 소형 영상레이더(SAR) 위성이 하루에 지구를 15바퀴씩 돌면서 촬영한 사진들을 이날 공개했다. 세계 최대의 인공섬인 야자수 모양의 두바이 팜 주메이라,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인 양키 스타디움, 미국 뉴욕 맨해튼의 전경 등이 담겼다.
지난해 12월4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고체연료 우주발사체의 3차 시험 발사가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이뤄졌는데 여기에 소형 SAR 위성이 실렸다. 위성은 현재 고도 650㎞의 저궤도에서 지상 지형 정보 수집을 위한 시험 운용 중이다.
SAR 위성은 위성이 지상으로 전자파를 쏘고 지표면에 부딪혀 반사파가 되돌아오면 이를 시간 순으로 합성해 지표면의 지형도를 만들어낸다. 일반적인 촬영물과 달리 지형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판독 작업을 거쳐야 한다. 대신 주·야간, 기상 상황과 관계없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민간 SAR 위성은 군사정찰용이 아닌 지구 관측용이다. 우리 군은 지난 8일 군 최초의 중·대형 SAR 위성인 군사정찰위성 2호기를 발사했다.
민간에서 제작한 소형 SAR 위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만큼 향후 군 당국이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을 마친다면, 필요할 때마다 우리 기술력으로 만든 소형 위성을 우리가 만든 고체연료 발사체에 실어 우주로 올려보낼 수 있게 된다. 이는 우주 정찰 능력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채 상병·김건희 특검법 등대통령 거부권 무력화 가능
초선 적고 ‘배신자’ 부담감에22대 국회에선 쉽지 않을 듯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 의석이 108석에 그치면서 당내 비주류·쇄신파가 세력화할지 관심을 끈다. 단 8명이라도 당의 노선에 반기를 들면 개헌 저지선(100석)이 깨지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무력화할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재섭·김용태 당선인 등 젊은 정치인들이 초·재선 쇄신파 모임을 만들거나 향후 당권·대선 주자가 대통령과 갈라서기를 하면서 계파 형태로 뭉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탄핵 트라우마로 강해진 배신자 프레임을 넘어 비주류·쇄신파가 과거처럼 세력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6월 22대 국회를 비례위성정당 국민의미래를 포함해 108석으로 시작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후 재투표 통과를 막을 수 있는 100석을 확보했지만 단 8석의 여유밖에 없다. 만약 당내 일부가 야당과 연대해 채 상병 특검법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에 동조한다면 100석의 마지노선이 무너질 수 있다. 당내 비주류·쇄신파 모임 구성이 주목되는 이유다.
과거 국민의힘의 전신 당에는 초·재선이 이끄는 비주류·쇄신파 모임이 있었다. 2000년 16대 국회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17대 국회의 새정치수요모임(권영세·김기현·박형준·주호영 등), 18대 국회의 민본21(정태근·김성식·김성태 등), 19대 국회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김세연·이혜훈·하태경 등)이다. 새정치수요모임은 박근혜 당시 대표의 과거사법 입법에 날을 세웠고, 민본21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미국산 소고기 추가 협상을 요구했다. 당의 ‘레드팀’ 역할을 하면서 스펙트럼을 넓히고 정권 창출·재창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21대 국회에선 쇄신파 모임이 꾸려지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선 김재섭·김용태 등 수도권에서 개혁 성향의 30대 당선인들이 눈에 띈다. ‘한동훈 지도부’가 영남 지역에 공천한 젊은 당선인들과 비례대표도 있다. 김용태 당선인은 지난 14일 가까운 젊은 당선인들을 모아보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세력화하기엔 쉽지 않은 조건들도 있다. 수도권에서 서울 강남3구를 제외한 지역구 초선이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김재섭·김용태 당선인 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커진 당내 배신자 응징 프레임도 당선인들을 움츠러들게 할 수 있다.
오히려 비주류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세를 모을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에 빠졌을 때다.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으려는 비윤석열계가 친윤계와 차별화를 하면서 자체 세력화를 도모할 수 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나 오세훈 서울시장 등 미래 대권주자들이 윤 대통령과 갈라서기를 한다면 여당 내 야당 세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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